메인 키보드로 iKBC W200을 고른 이유

October 30, 2020

기계식 키보드를 사게 된 배경

나는 맥북프로, 아이맥을 사용하면서 쭉 매직키보드를 사용해왔다. 매직키보드가 좋아서라기보다, 맥을 위한 기계식 키보드가 없어서였다. 그러다 최근 유튜브에서 키크론 K1의 버전4 광고를 보게 되었고, 맥용 기계식 키보드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꼭 맥용이 아니더라도(키크론이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기계식 키보드를 구입하기로 결정하고 내가 원하는 키보드의 조건을 생각해보았다.

내가 생각한 이상적인 키보드의 조건

  1. 무선, RF방식
  2. 텐키리스, 독립방향키(87키 레이아웃)
  3. 건전지방식
  4. 하얀색
  5. 체리 갈축
1. 무선, RF방식

일단 기계식 키보드에서 무선은 정말 드물다. 게다가 무선이더라도 블루투스방식이고 RF방식은 거의 없다. 아니, 내가 찾아본 결과로는 이 iKBC의 Typeman W200, W210 이외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아서 대안이 없다. 그렇다면 RF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RF방식이 좋아서라기 보단, 블루투스의 단점이 없어서라고 할 수 있겠다. 블루투스방식의 키보드나 마우스를 써보면 알겠지만, 유선과는 다르게 바이오스 환경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또한 대기전력을 아끼기 위해 키보드가 절전모드로 들어가면 일단 PC와 연결을 끊는다. 이 때문에 절전모드에 들어가 있을 때는 키를 입력하면 다시 연결되기까지 몇 초간의 딜레이가 생기게 되는데, 이게 은근히 거슬려 쓰면 쓸 수록 짜증이 유발된다.(절전모드를 설정으로 해제할 수 있는 키보드도 있다. 그러면 당연하게도 배터리는 매우 빨리 닳음.) 그리고 유선에 비해 반응속도가 느려, 게이밍은 적합하지 않다. 또,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와이파이와 간섭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에비해 RF방식은 유선과 같은 신호로 동글과 직접 통신하기 때문에 게이밍도 가능할 정도의 반응속도가 나온다.

그렇다면 왜 제조사에서는 RF방식의 키보드를 만들지 않을까?
여기부터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무선 방식을 원하는 수요의 특성 때문이다. 게이밍 용도로 기계식 키보드가 필요하다면 키보드를 데스크탑에서 사용할 것이다. 그때에는 어차피 키보드를 이동시킬 일이 없으니 유선이든 무선이든 상관이 없는 것. 게다가 RF든 블루투스든 유선보다는 반응속도가 덜 나오기 때문에 굳이 게이밍에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선을 없앨 필요가 없다.
따라서 무선의 수요는 랩탑, 태블릿,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휴대하며 사용하는 사용자에게서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태블릿과 스마트폰에는 USB포트가 없다. 랩탑에도 USB포트가 많지 않기 때문에 포트가 모자라는 경우도 있고 계속 포트 한자리를 차지하는 동글을 사용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USB동글이 필요한 RF방식이 아니라, 포터블 디바이스라면 웬만하면 내장 된 블루투스를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2. 텐키리스, 독립방향키(87키 레이아웃)

일단 나는 텐키가 있는 풀배열 키보드를 너무 싫어해서 절대 쓰지않는다. 왜냐하면 타이핑을 하다가 마우스를 쓰고 다시 키보드로 돌아와야 할 때, 텐키가 있음으로 인해 그 왕복의 거리가 상당히 길어진다. 또, 텐키의 모든 키는 이미 있는 중복키이기에 계속 숫자를 써야하는 환경이 아닌 이상 매우 비효율적이기 떄문이다.
마지막으로 왼손은 키보드에, 오른손은 마우스에 올렸을 때 텐키리스 키보드라면 팔이 어깨너비 정도로 아주 자연스럽고 편하지만 풀배열의 경우는 어꺠너비보다 더 벌어지게 된다. 장시간 사용하는 경우에는 이 자세의 차이가 어깨의 피로도를 크게 좌우할 수 있다.

3. 건전지방식

거의 대부분의 무선 기계식 키보드는 내장 배터리 방식인데, 이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유선’으로 배터리를 충전해 주어야한다. 따라서 내장 배터리 방식이라면 실질적으로는 ‘반무선’이게 되는 것이다. 애플의 매직키보드가 아닌 이상 최소 주 1회는 충전을 해야하고(내 경험을 토대로 한 이야기라, 더 빵빵한 배터리를 가진 키보드가 있을 수도 있다.) 이게 생각보다 귀찮아서 나중에는 그냥 선을 꽂아두고 사용하기도 한다..
반면에 건전지 방식이라면 충전 할 필요없이 바로 건전지를 갈아 끼우면 되고, 전원을 연결하는 포트조차 필요가 없다. 그야말로 ‘완전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RF방식의 LED가 없는 키보드라면, 건전지 교체시기가 6개월만에 찾아 올 정도로, 배터리 잔량에 신경쓰는 일 없이 무선환경을 사용 가능한 것이다.

4. 하얀색

마우스도 하얀색, 데스크탑 세팅이 거의 화이트로 통일 되어 있기에 화이트 색상을 원했다. 그런데 기계식 키보드를 여러 색상이 아닌 한가지 색상만 만드는 경우 디폴트가 블랙이라, 화이트의 선택지가 있는 경우는 의외로 드물다..

5. 체리 갈축

그냥 키감을 즐기기 위한 서브키보드라면 게이트론이나 카일사의 어떤 축이든 상관없겠지만, 메인 키보드로는 내구성이 가장 좋고 원조격인 체리사의 스위치, 그리고 그 중에 가장 무난한 갈축을 사용하고 싶었다. 클릭음은 쾌감이 있지만 꾸준히 듣고 싶지는 않고, 그치만 리니어 보단 구분감이 있는 스위치를 원했기에 갈축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론

사실 이 모든 조건들을 만족해 준다면, ‘얼마라도 지불할 수 있어!’ 라는 생각으로(실제로 100만원까지는 지불할 각오를 하고 있었음;;) 키보드를 찾아 보았다.
이미 첫번째 RF방식 조건에서 iKBC 밖에 없게 되었지만 이 키보드가 나머지 모든 조건까지 만족해 주어서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구입하였다. 게다가 가격도 10만원 정도, 타오바오에서 직구하면 8만원이 안 되게 구입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구입해서 어느정도 사용해 본 느낌은, 역시나 아주 잘 만든 키보드는 당연히 아니며 그럼에도 가격을 생각한다면 매우 가성비가 좋다고 할 수 있겠다. 가격을 생각한다면 흠잡을데가 없지만, 크게 아쉬운 점은 통울림이 매우 심하다는 것. 이게 너무 심각하게 거슬려서, 나는 흡음재를 넣으려고 일본에서는 어디에서 흡음재를 구할 수 있을까 알아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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